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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쉬움 남긴 <탐정:리턴즈>, 코미디 장르에도 감수성이 필요하다

[오마이뉴스 글:김벼리, 편집:김윤정]

 영화 <탐정 리턴즈> 메인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 주의! 이 기사는 영화 <탐정 리턴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 누적 관객 수 283만 명(7월 1일 기준) 뛰어넘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탐정: 리턴즈>. 풍성한 캐릭터와 코믹한 스토리로 관람객들과 언론에 좋은 평가 또한 받고 있습니다.

'배꼽이 빠질 것 같다'라는 평에 걸맞게 웃음이 터지는 장면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뭐랄까, 웃으면서도 찜찜함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찜찜함의 근원은 영화가 웃음을 만들어내는 방식에 있겠지요. 원체 코미디 장르는 자극적인, 저속한, 속물적인 요소들을 얼마나 과하지 않게 표현해내는가가 관건입니다. 그 말은 즉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하고 봐야 한다'라는 말과 같다는 걸 압니다. ('코미디는 코미디로 보자'라는 말의 근거가 되겠지요) 그럼에도 조금 '불편했던' 부분들을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돈 앞에 가벼워진 죽음과 범죄


 영화 <탐정: 리턴즈> 스틸 이미지 ⓒ CJ 엔터테인먼트




탐정 강대만(권상우)과 노태수(성동일)에게 첫 의뢰인이 등장합니다. 성공 보수가 5천만 원이나 됩니다. 그런데 의뢰 내용이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임신한 아내를 위해 한밤중 과일을 사러 갔던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실종신고를 했는데, 알고 보니 기차 사고를 당해 사망 처리되었다는 겁니다. 연쇄살인이라는 뉘앙스의 카톡까지 증거로 보여줍니다. 사연을 들은 강대만은 "간단한 사건도 아니고, 비용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라며 어렵다는 투로, 혹은 제법 큰 의뢰비를 요구하듯 답합니다. 이에 의뢰인은 통장을 건네며 생전에 남편이 모아놓은 돈이라며 '5천만 원'을 제시하고, 강대만은 먹고 있던 음료를 흘리며 바로 계약서에 서명하자고 합니다.

웃음을 위해 만들어진 연출이었습니다. 어마 무시한 일 앞에 큰돈을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웃음이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여러 사람의 죽음이 걸려있는 사건이고, 피해자가 바로 앞에 있고, 그 고통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이를 대하는 대만의 익살스러운 태도에 가볍게 웃음을 보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탐정: 리턴즈> 스틸 이미지 ⓒ CJ 엔터테인먼트




이런 장면은 영화 속에 종종 등장합니다. 바로 앞에서 장기매매를 위한 수술이 벌어지고 있고, 대만이 총에 맞아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여치(이광수)는 값비싼 오토바이가 망가졌다는 것에 오열합니다. 이 영화가 범죄와 죽음을 굉장히 가볍게 다루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했습니다.

본 영화를 만든 이언희 감독은 지난 5월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건의 무게는 무게대로 가면서 웃음을 더하려고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무게를 무겁게 잡아놓고, 이를 웃음의 소재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쉬운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내내 "이렇게 심각한 소재가 웃음거리에 사용해도 되나", "웃어도 되나"라는 내적 되물음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장애인을 웃음 요소로?

대만과 태수는 피해자들과 공통적으로 연결된 인물 최승복(채희강)을 찾아 나섭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최승복은 알고 보니 장애를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대만과 태수, 그 앞에 멀뚱히 앉아 있는 승복이 마주한 짧은 순간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승복이 재치 있고, 유머러스해서 웃긴 게 아니었습니다. 승복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앉아만 있었을 뿐입니다. 제작진이 의도했든 아니든 장애 자체가 웃음의 요소로 사용된 겁니다.

승복이 대만과 태수가 추리한 것만큼 엄청난 인물이 아니었으며, 이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던 영화의 맥락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장애인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영화 <탐정: 리턴즈>의 전작인 <탐정 : 더 비기닝> 스틸 이미지 ⓒ CJ 엔터테인먼트




전작 <탐정: 더 비기닝>은 여성 혐오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편은 어땠을까요?

대만과 태수가 탐정 일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악당도 범인도 아닌 바로 '아내들'입니다. 남편이 탐정일 하는 것을 원치 않아 하기 때문입니다. 대만은 부인의 이러한 불만을 '돈' 혹은 '명품'으로 풀어주는데, 문제는 아내 미옥(서영희)의 반응입니다. 서운한 감정이나 불만, 의심이 생겨도 남편이 돈 봉투나 명품 가방을 선물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풀려버립니다. 맞벌이인 미옥이 겪어야 하는 독박 육아와 살림, 그로 인한 불만이 돈과 명품 가방으로 단숨에 풀릴 만큼 별일 아닌 걸까요?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는 권상우라니

 영화 <탐정: 리턴즈> 예고편 캡처.
ⓒ CJ 엔터테인먼트


대만이 탐정사무소 홍보물을 부착하기 위해 경찰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장면도 의아했습니다. 여자 화장실 몰카가 사회문제로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굳이 이런 장면을 넣어야 했을까요? 여자 화장실에 있는 대만을 여성 경찰이 발견하는 장면도 전혀 웃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혹스럽고 무서우면 모를까. 이제 남성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은 웃음의 소재가 아닙니다. 그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고요. 그나마 경찰서이고, 발견자가 경찰이라는 것에서 웃어넘길 여지를 만든 것 같습니다.

 영화 <탐정: 리턴즈> 스틸 이미지
ⓒ CJ 엔터테인먼트


여치가 이대현(김성규)의 휴대폰을 해킹하기 위해 이대현에게 여성의 동영상을 보내는 연출도 세심함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여치의 컴퓨터 파일에는 여성을 관음적인 시선에서 찍은 동영상이 다수 있고, 이 동영상을 이용해 이대현 폰을 해킹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성에 대한 몰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에서, 여성을 위아래 각도에서 몰래 찍은 듯한 영상을 여치가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이러한 영상이 아군을 위해 선한(?) 의도로 사용된다는 점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가장 문제적 장면은 윤사희(손담비)가 태수를 성폭력범으로 몰아넣는 순간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 처한 윤사희는 할 말이 있다며 태수를 CCTV 밑으로 부릅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자신의 윗옷을 찢고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갑니다. 무고로 성범죄를 만들어낸 겁니다. 이 일로 태수는 철창에 갇히게 됩니다. 

매번 여성 성범죄 피해자들을 괴롭히는 것이 무고, 꽃뱀 프레임이라는 것을 안다면, 이런 연출은 매우 위험할 뿐더러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위기를 모면하는 방법은 이런 것뿐인가요? 충분히 싸울 힘을 가지고 있는 사희가 왜 '성폭행 피해자'로 둔갑해 위기를 모면해야 할까요.

 영화 <탐정: 리턴즈>의 전작인 <탐정 : 더 비기닝> 스틸 이미지
ⓒ CJ 엔터테인먼트


<탐정>시리즈를 보면 여성 캐릭터, 혹은 그와 관련된 상황들을 그려내는 데 있어 특정 고정관념이 배어있음을 느낍니다. 바가지 긁는 속물적인 아내, 여성의 금기시되는 장소에 들어간 남성(탈의실, 사우나 같은), 여성성을 이용한 무고로 남성을 곤란하게 만들고 위기를 모면하는 여성. 이들은 모두 범죄 물이나 코미디물에 종종 사용되며 하나의 프레임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연출들 앞에서도 영화의 한 요소라 이해하고 너그럽게 웃어넘길 수 있으며, 그래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감수성은 나날이 예민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우리가 더 많은 사람의 감정을 포용해 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쉬이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장면 하나하나가 어느 누군가에겐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사회라는 겁니다. 그런 면에 있어 <탐정: 리턴즈>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과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했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탐정: 리턴즈> 스틸 이미지
ⓒ CJ 엔터테인먼트


물론 전작에서 비판받은 부분을 의식한 것인지 이번 작품에서는 피해자의 성비를 고려하는 등 단점을 보완하려 노력했다고 봅니다. 만약 탐정 시리즈 3편이 제작된다면 손쉬운 개그는 지양하고 사회적 이슈에 조금은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등장도 필요해 보입니다. 한국의 코미디 영화가 예민해진 한국 사회의 감수성에 발맞춰가길 바랍니다.


https://entertain.naver.com/movie/now/read?oid=047&aid=0002194962



피해자의 성비 ㅋ


그리고 남자들은 청소하시는 여사님들 때문에 평생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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